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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을 보고 나서 절대 이 게임은 안 하기로 했다

<완벽한 타인>을 보고 나서 절대 이 게임은 안 하기로 했다

친구들이랑 술 마시다가 누가 "우리도 이거 한번 해볼까?"라고 진지하게 제안했던 적이 있다. 다들 손사래를 쳤다. <완벽한 타인>을 본 사람이라면 왜 이 제안이 절대 받아들여지면 안 되는지 바로 이해할 거다. 이 영화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벌어지는 게임 하나로 얼마나 많은 인생이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 그 자체가 스릴러인 영화다.

일곱 명의 오랜 친구들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다가 한 명이 게임을 제안한다. 저녁 식사 시간 동안 걸려오는 모든 전화와 문자를 서로 공유하자는 것. 처음엔 다들 재미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가 숨기고 있던 비밀들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우정과 결혼, 신뢰라는 것들이 얼마나 허술한 토대 위에 세워져 있었는지가 폭로된다.

핸드폰 하나로 완성되는 밀실 스릴러

이 영화가 정말 대단한 이유는, 단 하나의 공간, 단 하나의 저녁 시간, 그리고 핸드폰이라는 소품 하나만으로 이렇게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살인도, 추격전도 없다. 그저 사람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있을 뿐인데, 벨소리가 울릴 때마다 관객은 숨을 죽이게 된다. 저 문자가 뭘까, 저 전화가 무슨 내용일까 하는 궁금증과 불안감이 영화 내내 팽팽하게 유지된다.

이런 형식은 원작인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스>에서 가져온 설정이지만, 한국판 리메이크는 한국적인 관계성과 정서를 잘 녹여냈다. 특히 오랜 친구들 사이에 존재하는 그 애매한 거리감, 서로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각자의 사생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 아이러니한 상황을 굉장히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캐릭터마다 다른 결의 비밀

이 영화의 진짜 재미는 각 캐릭터가 숨기고 있는 비밀의 종류가 다 다르다는 데 있다. 누군가는 불륜을 숨기고 있고, 누군가는 성 정체성을 숨기고 있고, 누군가는 친구들에 대한 뒷담화를 숨기고 있고, 누군가는 직장에서의 위기를 숨기고 있다. 이 다양한 종류의 비밀들이 하나씩 폭로될 때마다 관객의 반응도 완전히 달라진다. 어떤 폭로에는 같이 분노하게 되고, 어떤 폭로에는 마음이 아프고, 어떤 폭로에는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도 이 영화의 큰 강점이다.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까지, 각자 다른 결의 인물들을 설득력 있게 연기하면서 이 좁은 식탁 위의 드라마를 밀도 있게 채워나간다. 특히 표정 연기가 중요한 영화인데, 비밀이 폭로되기 직전의 미묘한 동요, 그리고 폭로된 직후의 당혹감을 배우들이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우리는 정말 서로를 다 알고 있을까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생각보다 무겁다. 아무리 오래된 친구, 아무리 가까운 부부라 해도 우리는 서로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그 알 수 없음, 그 적당한 비밀들이 오히려 관계를 유지시켜주는 안전장치였을지도 모른다는 것. 영화 속 인물들은 서로의 핸드폰을 공유하는 그 게임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되지만, 그 결과는 관계의 파탄과 상처뿐이다.

마지막 반전, 그러니까 이 모든 사건이 실제로 벌어진 게 아니라 한 인물의 상상이었다는 설정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다. 나 역시 처음엔 "이거 너무 편한 결말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 결말이 오히려 이 영화의 메시지를 더 강하게 만든다.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상상만으로도 각 인물들은 자신이 숨기고 있던 것들, 그리고 관계 속에 존재하는 균열들을 스스로 자각하게 된다. 진실을 다 알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그 진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외면할 수 없다는 것.

가볍게 시작해서 무겁게 끝나는 이 영화는,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핸드폰을 다시 보게 만든다. 나라면 이 게임을 견딜 수 있었을까. 아니,애초에 이 게임을 절대 하면 안 된다는 결론이 더 명확해질 뿐이다. 재미있으면서도 은근히 서늘한, 회식 자리에서 절대 흉내 내면 안 되는 게임을 다룬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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